한 멋진 얼룩 고양이가 있었다.
그 고양이는 백만번이나 환생했다.
백만명의 사람들이 고양이를 예뻐했고 고양이의 죽음을 슬퍼했지만 고양이는 울지 않았다.
고양이는 자기 자신만을 사랑했기 때문에 죽는 것은 아무렇지도 않았다.
한번은 임금님의 고양이었다. 임금님은 고양이를 아주 예뻐했다.
그렇지만 고양이는 임금님을 아주 싫어했다.
전쟁중에 고양이가 죽었을 때, 임금님은 고양이를 안고 펑펑 울었다.
한번은 도둑의 고양이었다. 도둑은 고양이를 아주 예뻐했다.
밤마다 고양이를 데리고 다니며 남의 집 담을 넘곤 했다.
그렇지만 고양이는 도둑을 아주 싫어했다.
고양이가 죽었을 때, 도둑은 고양이를 껴안고 아주 슬퍼했다.
또 한번은 어린 여자아이의 고양이었다. 여자아이는 고양이를 아주 좋아했다.
여자아이는 고양이와 늘 함께했다.
그렇지만 고양이는 여자아이를 아주 싫어했다.
고양이가 죽었을 때, 여자아이는 고양이를 붙들고 너무 슬퍼했다.
마지막에 고양이는 주인이 없는 도둑고양이로 태어났다.
고양이는 자기 자신이 너무 좋았다.
그래서 오로지 자기 자신만을 돌보고 뽐내며 돌아다녔다.
여러 암컷 고양이들이 이 고양이에게 잘 보이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새하얀 고양이만이 이 고양이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고양이는 화가 났다. 자기 자신에게 잘 보이려 노력하지 않는 하얀 고양이가 얄미웠다.
고양이는 새하얀 고양이에게 다가가 말했다.
"난 백만번이나 죽어봤다고!"
새하얀 고양이는 "그러니" 하고 무심하게 대답할 뿐이었다.
고양이는 잠시 말이 없더니 "네 옆에 있어도 되겠니?" 라고 했다.
새하얀 고양이는 "그래" 라고 대답했다.
그 둘은 평생 서로만 바라보며 지냈다. 아기 고양이들도 많이 낳아 행복하게 지냈다.
고양이는 자기 자신보다 하얀 고양이와 아기 고양이들을 사랑하게 되었다.
세월이 흘러 할머니가 된 새하얀 고양이가 죽고 말았다.
고양이는 새하얀 고양이를 껴안고 며칠 밤,낮을 울고, 또 울었다.
그렇게 울다가 고양이는 새하얀 고양이 옆에서 죽었다.
그리고
두번 다시는 환생하지 않았다.
사노 요코 라는 일본 작가가 쓴 그림 동화 얘기다.
누군가를 사랑하게 된다는 것은 아마도 자기 자신을 잃어버리게 된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오로지 나만 알고, 나를 위해서만, 나로 인해 세상을 평가하고 행동하고 생각하던 내가
어느 누군가를 알게 되면서 좋아하기 시작하면 더 이상 나는 존재하지 않고
오로지 너만 알고, 너를 위해서, 너로 인해로 바뀌어 가듯이 말이다.
아무리 누군가에게 사랑을 받아도 나를 잃지 않으면, 사랑이 아니다.
내 자신이 다른 누군가로 바뀌어져야만 진짜 사랑이라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사람이란 본래 너무나 이기적인 생물임에는 틀림이 없다.
모든 사람들은 자기가 가장 힘겹고 슬픈 사랑을 하고 있다 외친다.
그리고 자신의 사랑이 가장 고귀하며, 한번 있을까 말까 한 사랑이라고 말한다.
이런 그들의 함성들 또한, 자신의 특별함을 과시하기 위한 이기심이라고 볼 수 있겠다.
숱한 사람들을 지나쳐 오면서 그 중 단 한명을 만난다는 것.
나의 모든 이기심을 내던지고 타인을 향한 순수한 배려심을 갖게 된다는 것.
그에게 나의 모든 걸 내어주고, 결국 나조차도 잃게 된다는 것은 현실적인 일일 수 있을까.
정말 자신을 잃을 만큼 좋아하는 대상을 만나고 난 후 다시 환생하지 않는 고양이처럼
나에게도 그런 사람이 나타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그저 스쳐가는 인연들 중에서 그런 한명을 만나기 위해 우리는 그렇게도 애를 쓰는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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